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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야기

[스토리텔링 7화] 임진왜란 승병대장 이야기 - 〈사명당전〉

작성자한국도량형박물관
등록일21-10-29 14:31
조회수163
사명당의 영웅담 〈임진왜란 사명당전〉
영화출판사본은 당진문학관에 단1권뿐

〈사명당전〉의 원래 제목은 〈임진왜란(壬辰倭亂) 사명당전(四溟堂傳)〉이며, 실존 인물인 사명대사(四溟大師 1544∼1610)를 주인공으로 한 활자본이자 딱지본 고전소설이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덕흥서림’, ‘영창서관’ 등 여러 출판사가 〈사명당전〉을 발행하였는데,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26년 ‘덕흥서림’이 발행한 〈서산대사와 사명당〉은 최초로 사명당 이야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고전소설이고, 1926년 ‘영창서관’이 발행한 〈님진병난 사명당실기〉는 사명당의 일대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소설이다.

‘회동서관본’ 〈도승 사명당〉(1928)과 ‘신구서림본’ 〈사명당전〉(1928)은 모두 ‘영창서관본’을 개작하거나 발췌한 수준이었다. 1958년에 ‘영화출판사’에서 〈임진왜란 사명당전〉이라는 제목으로 완전개정 신판이 나왔고 이후에 등장한 ‘세창서관’의 〈서산대사와 사명당전〉(1962)과 대구 ‘향민사’의 〈임진왜란 사명당전〉(1972)은 ‘영화출판사본’과 같은 내용을 활자만 키워서 찍어낸 복제판이다.

전국의 박물관 소장품을 통합 검색한 결과 현재 국내에는 모두 4권의 실물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영화출판사본’은 유일하게 ‘당진문학관’에 1권이, ‘세창서관본’ 1권과 ‘향민사본’ 2권 등 3권은 ‘국립한글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과거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고전소설인데도 희귀한 숫자로 남아 있는 현상은 ‘딱지본’의 특성상 보관 가치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던 때문으로 보여 진다.

‘영화출판사’는 1950년대 이후 통속적인 문학서적을 발행하던 꽤 유명한 출판사였다. 〈임진왜란 사명당전〉 말고도 고대소설 〈심쳥젼〉(1950년대)과 〈한양오백년가〉(이하 1960년대), 연애비극 〈사랑은 가시밭에서〉, 통속적인 현대소설 〈12열차에서 내린 여인〉, 〈돈과 사랑과 꿈〉, 〈어느 무명 여류시인의 수기〉, 〈유혹의 밤〉, 연애소설 〈무엇이 그 여자를 그렇게 만들었나〉, 〈유랑삼천리〉 등을 발행했다.

‘혼인 첫날밤 목 잘린 신랑과 누명쓴 신부’

〈사명당전〉은 임진왜란 후에 출현한 많은 군담(軍談)과는 달리 표현 문체로 보아 1900년대 이후에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설화와 야담을 통해 꾸준히 내려오던 사명당 관련 서사(敍事)를 모아 사명대사의 신이(神異)함과 영웅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킨 통속소설이라 할 수 있다.

사명대사에 관한 이야기는 비단 고전소설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설화와 야담을 통해 드러나는 사명대사의 이미지는 매우 뛰어난 신통력을 지니고 있으며, 서산대사(西山大師)의 제자로 나타난다. 또한 학식이 깊고 견문이 뛰어나, 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건너가 억울하게 잡혀간 포로들을 구출하여 돌아온 영웅적인 인물로 형상화된다. 이는 실제 사명대사의 행적과 어느 정도 흡사하다.

사명대사 유정(惟政)은 풍천 임씨(豊川 任氏)이고 속명은 응규(應奎)이며, 자는 이환(離幻)이다. 사명당(四溟堂)은 그의 호이다. 불교에 관한 그의 학식과 덕망은 이미 매우 유명하여 직지사의 주지를 지냈을 뿐 아니라 1575년 봉은사(奉恩寺)의 주지로도 천거되었다. 그러나 이를 사양하고 묘향산 보현사에 머물던 고승 서산대사 휴정(休靜)을 찾아가 제자를 자처하여 불도를 닦았다. 또한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이끌고 평양성을 탈환하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팔공산성(八公山城)·금오산성(金烏山城) 등의 산성을 쌓거나 무기를 제조하는 데에도 힘썼다. 또한 1604년 선조의 명을 받아 일본에 강화사로 건너가 3천 명이 넘는 조선인을 데리고 돌아왔다.

사명대사는 이처럼 실제 역사에서도 전란의 시기에 왜군에 맞서 승전을 거듭하였을 뿐 아니라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펼치고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는 영웅적 면모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품과 업적을 사모하여 구전을 거듭한 결과, 고전서사에서 사명대사의 모습은 신이(神異)하고 영웅적인 모습으로 신비화되었다.

〈사명당전〉은 이처럼 신비화된 설화와 야담의 삽화를 모아 소설적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전반부 사명당의 출가 관련 유래담과 후반부 임진왜란 때의 무용담으로 나눌 수 있다. 출가의 유래를 담은 ‘혼인 첫날밤 목 잘린 신랑과 누명쓴 신부’는 설화유형이며, 활약담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명당의 영웅행적 삽화들을 모은 것이다.

다만 ‘혼인 첫날밤 목 잘린 신랑과 누명 쓴 신부’ 설화는 신랑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새색시가 고난을 극복하고 신랑을 죽인 범인(계모)을 밝히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하여 〈사명당전〉에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신랑의 아버지가 사명당이며, 이 사건으로 인해 사명당이 세상을 등지고 승려가 되었다는 출가 유래에 보다 의미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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